손바닥 위의 작은 친구
오늘 진짜 신기한 일이 있었다.
평소처럼 멍하니 창밖을 보던 그 순간, 어디선가 퐁 하고 날아온 듯한, 조그맣고 동글동글한 갈색 털뭉치 하나가 내 손바닥 위에 살짝 내려앉았다.
…키위새였다.
진짜로.
책에서만 보던 그 작고 귀엽고 약간 멍한 느낌의 키위새.
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서 처음엔 인형인 줄 알았다. 근데 작게 숨을 쉬고 있었고, 눈을 깜빡였고, 내 손 위에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.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. 진짜 살아 있는 거구나.
이 작은 친구를 보고 있자니, 무슨 말도 안 되는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. 내 주변은 온통 따뜻한 빛으로 가득했고, 뒤쪽 어딘가엔 반짝이는 원이 떠 있었는데 그 안엔 이상한 기호가 적혀 있었다. 수학 시간에 본 적 있는 것 같은데, 아닌 것 같기도 하고… 그냥 뭔가 ‘미래’ 같은 느낌?
요즘 진로에 대해서 고민도 많고,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따라가기 버겁다고 느꼈는데, 이 조그만 키위새가 내 손에 앉아 있는 지금은 그냥… 괜찮을 것 같았다.
세상은 아직도 놀라운 걸 가득 숨기고 있고, 언젠가 내 손바닥 위에 다시 또 이런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니까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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